놀이 교육

어휘력은 끝말잇기 게임으로ㅣ자음, 주제 회전판으로 더욱 재미있게

놀공시 2026. 8. 21. 08:41

끝말잇기는 너무 흔한 놀이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끝말잇기를 하면 어휘력이 좋아진다’고 설명하면 새로울 것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와 실제로 끝말잇기를 해 보면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재미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휘력은 끝말잇기 게임으로 길러요. 자음, 주제 회전판으로 더욱 재미있게

평소 말을 잘하는 아이도 특정 글자에서는 한참을 고민하고, 분명히 알고 있는 단어인데 생각나지 않아 답답해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부모가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운 단어를 불쑥 말해 놀라게 할 때도 있습니다. 끝말잇기는 아이가 단어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만 보는 놀이가 아니라, 알고 있는 단어를 조건에 맞춰 얼마나 잘 찾아내고 사용하는지를 볼 수 있는 놀이이기도 합니다.

 

저도 프리다이빙 훈련을 열심히 하던 시절, 물에 둥둥 떠 있는 훈련을 하면서 재미 삼아 끝말잇기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단어가 막히면 벌칙도 수행했습니다. 어른들도 막상 해 보면 분명히 아는 단어인데 순간적으로 생각나지 않아 당황합니다. 끝말잇기 하면 자연스럽게 벌칙이 따라오는 것도 이런 예상하지 못한 순간이 재미있기 때문이겠지요.

 

아이들도 끝말잇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한번 재미를 붙이면 차 안에서도, 밥을 먹다가도, 잠자리에 누워서도 “끝말잇기 하자!”고 합니다. 오늘은 흔한 끝말잇기 방법을 소개하기보다 아는 단어가 왜 갑자기 생각나지 않는지, 아이들은 어떤 글자에서 막히는지, 한방 단어와 두음법칙은 무엇인지, 부모가 끝말잇기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은지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아는 단어인데 왜 끝말잇기에서는 생각이 안 날까요?

아이와 끝말잇기를 하다 보면 “그 단어 알잖아!”라는 말이 절로 나올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로 시작하는 단어를 찾지 못해 한참 고민하다가 부모가 “기린!”이라고 알려주면 아이가 “아! 맞다!”라고 합니다.

 

이것은 아이가 그 단어를 몰라서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단어를 보고 알아보는 것과 아무런 보기 없이 필요한 순간에 기억에서 찾아내는 것은 다른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언어 관련 연구에서도 특정 음이나 범주라는 조건을 주고 제한된 시간 동안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언어 유창성 과제가 사용됩니다.

 

끝말잇기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놀이 속에서 만듭니다. ‘기’라는 조건이 주어지면 아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수많은 단어 가운데 기차, 기린, 기타, 기름, 기둥처럼 ‘기’로 시작하는 말을 기억에서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막혔을 때 곧바로 답을 알려주기보다 잠시 기다려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도 생각나지 않는다면 “동물 중에서 찾아볼까?”, “먹는 것은 없을까?”, “집에서 볼 수 있는 물건은?”처럼 범주를 힌트로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에서 막혔다면 바로 “자전거!”라고 알려주기보다 “밖에서 타고 다니는 것 중에는 없을까?”라고 물어보는 것입니다. 아이가 힌트를 이용해 스스로 ‘자전거’를 찾아냈다면 단순히 정답을 들은 것과는 다른 경험이 됩니다.

 

다만 끝말잇기를 잘하고 못하는 것으로 아이의 언어발달 수준을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사용하는 어휘의 차이, 놀이 경험, 집중 상태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끝말잇기는 진단 도구가 아니라 아이가 단어를 어떻게 찾고 사용하는지를 부모가 자연스럽게 관찰할 수 있는 놀이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끝말잇기의 묘미, 한방 단어를 아시나요?

끝말잇기를 조금 오래 하다 보면 아이들이 어느 순간 단순히 단어를 이어 가는 것에서 벗어나 상대방이 대답하기 어려운 단어를 찾기 시작합니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한방 단어’입니다.

 

한방 단어는 국어 문법에서 정한 공식적인 용어라기보다 끝말잇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게임 용어입니다. 보통 그 단어의 마지막 음절로 시작하는 다음 단어를 찾기가 매우 어려워 상대방의 말을 막을 수 있는 단어를 말합니다.

 

아이들도 금방 이런 전략을 발견합니다. 대표적으로 기쁨, 슬픔, 아픔, 무릎, 그릇, 버릇, 나트륨, 칼륨, 헬륨, 알루미늄, 우라늄, 티타늄, 라듐 같은 단어들이 끝말잇기에서 자주 언급됩니다.

 

이 단어들을 보면 공통점이 보입니다. ‘쁨’, ‘픔’, ‘릎’, ‘릇’, ‘륨’, ‘늄’, ‘듐’처럼 그 음절로 시작하는 일상적인 단어를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말로 끝납니다. 다만 어떤 단어가 정말 이어질 수 없는지는 사용하는 사전과 게임 규칙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절대로 이을 수 없는 단어’라기보다 끝말잇기에서 이어 가기 어려운 단어라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여기에서 부모가 놀이를 재미있는 어휘 활동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아이가 갑자기 “나트륨!”이라고 외쳤다면 바로 패배를 선언하기 전에 이렇게 물어보세요.

 

“좋아, 그런데 나트륨이 뭔지 설명할 수 있으면 인정!”

 

이 규칙을 하나 추가하면 인터넷이나 친구에게 들은 어려운 단어를 무조건 외워서 사용하는 것보다 자신이 의미를 알고 있는 단어를 사용하게 됩니다. ‘헬륨은 어떤 물질이지?’, ‘알루미늄은 어디에서 본 적이 있지?’처럼 이야기를 이어 갈 수도 있습니다.

끝말잇기의 승부욕을 없앨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상대를 이기려고 새로운 단어를 찾아보는 과정 자체가 놀이의 재미입니다. 다만 한방 단어를 외우는 데서 끝내지 않고 그 단어의 뜻까지 알아보는 것으로 한 단계만 확장해 주면 훨씬 재미있는 어휘 놀이가 됩니다.

 

“그건 반칙이야!” 끝말잇기에서 만나는 두음법칙과 새로운 규칙

끝말잇기를 하다 보면 꼭 한 번쯤 “그렇게 이어도 돼?”라는 논쟁이 생깁니다. 대표적인 것이 두음법칙입니다. 우리말에서는 일부 한자음이 단어의 첫머리에 올 때 발음과 표기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력’이 단어 첫머리에 오면 ‘역’, ‘류’가 ‘유’, ‘녀’가 ‘여’가 되는 것처럼 단어 첫머리에서 소리가 달라지는 현상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끝말잇기에서는 두음법칙을 인정할 것인지에 따라 이어지는 단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이와 놀 때는 국어 시험처럼 복잡하게 따질 필요는 없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오늘은 두음법칙을 인정하자.” 또는 “오늘은 마지막 글자 그대로만 이어 보자.”라고 규칙을 정하면 됩니다.

 

오히려 초등학생에게는 이런 상황이 우리말 규칙을 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왜 여기서는 글자가 바뀌어도 돼?”라고 묻는 순간에 두음법칙을 간단히 설명해 주면 됩니다. 문제집에서 문법 용어부터 외우는 것보다 실제 놀이에서 궁금증이 생겼을 때 규칙을 알아보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기본 끝말잇기가 너무 쉬워졌다면 규칙을 바꿔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동물 이름만 사용하는 주제 끝말잇기, 세 글자 단어만 사용하는 쿵쿵따 방식, 말한 단어로 문장을 하나 만들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문장 끝말잇기 등이 있습니다.

 

조금 더 어려운 놀이를 원한다면 앞말잇기도 해 볼 수 있습니다. 끝말잇기와 반대로 앞 단어의 첫 음절로 끝나는 단어를 찾는 방식입니다.

사과 → 식사 → 음식 → 마음 → 치마

 

‘사과’의 첫 음절 ‘사’로 끝나는 ‘식사’를 찾고, ‘식사’의 첫 음절 ‘식’으로 끝나는 ‘음식’을 찾습니다. 평소와 반대 방향으로 단어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기본 끝말잇기를 잘하는 초등학생도 꽤 오래 고민하게 됩니다.

끝말잇기를 잘하는 것보다 아이가 단어를 찾는 과정을 보세요

끝말잇기를 교육적으로 활용한다고 해서 놀이 중간마다 새로운 단어를 가르치거나 틀린 말을 계속 지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아이가 좋아하던 끝말잇기가 금방 공부가 되어 버립니다.

 

오히려 아이가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살펴보세요. 특정 글자에서 유난히 오래 고민하는지, 동물이나 음식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지, 매번 비슷한 단어를 반복하는지, 처음 듣는 단어를 발견했을 때 뜻을 궁금해하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막혔을 때 바로 답을 알려주기보다 조금 기다려 주세요. 그래도 어렵다면 “동물 중에는?”, “먹는 것 중에는?”, “학교에서 본 것은?”처럼 범주를 좁혀 주는 힌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다리기 → 범주 힌트 주기 → 더 구체적인 힌트 주기 → 그래도 어렵다면 알려주기 순서로 도와주면 놀이의 흐름도 크게 끊기지 않습니다.

 

저 역시 프리다이빙을 하면서 끝말잇기를 했을 때 어휘 공부를 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물에 둥둥 떠서 누가 먼저 막히는지 겨루고, 진 사람이 벌칙을 하는 것이 재미있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어른도 특정 글자가 주어지면 평소 알고 있던 단어가 갑자기 생각나지 않습니다.

  

아이들도 똑같습니다. 그래서 끝말잇기를 하다가 아이가 한참 고민하고 있다면 “그것도 모르니?”라고 재촉하기보다 기다려 주세요. 바로 그 순간 아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수많은 단어 가운데 조건에 맞는 단어 하나를 열심히 찾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끝말잇기에 재미를 붙인 아이들은 정말 시도 때도 없이 “끝말잇기 하자.”고 합니다. 차 안에서도 하고, 밥을 먹다가도 하고, 잠자리에 누워서도 시작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때로 조금 귀찮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가능하다면 많이 받아 주세요. 단어가 막히면 엉덩이로 이름 쓰기, 동물 흉내 내기, 만세 세 번처럼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가벼운 벌칙도 넣어 보세요. 그리고 가끔은 아이가 어려운 단어를 말했을 때 한 가지 질문만 더해 보세요.

“그 단어는 무슨 뜻이야?”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끝말잇기는 단순히 단어를 이어 붙이는 놀이에서 단어를 떠올리고, 뜻을 생각하고, 설명하고, 실제로 사용하는 언어 놀이로 확장됩니다.

 

끝말잇기를 잘하는 아이를 만드는 것이 목적은 아닙니다. 아이가 알고 있는 말을 즐겁게 꺼내 보고, 모르는 말을 새롭게 만나고, 부모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경험이 더 중요합니다. 다음번 아이가 “끝말잇기 하자!”고 달려온다면 조금 귀찮더라도 한번 시작해 보세요. 흔하디흔한 끝말잇기도 어떻게 함께하느냐에 따라 꽤 괜찮은 언어 놀이가 될 수 있습니다.

 

회전판 그림을 첨부합니다. 회전판이 추가되면 더 재미있는 게임으로 변한답니다.

회전판_자음주제알파벳_놀공시.pdf
0.08MB

 

회전판 이용 방법

1. 자음 회전판 첫 번째 놀이 방법 : 회전판을 돌려 선택된 자음으로 끝말잇기를 시작하기

2. 자음 회전판 두 번째 놀이 방법 : 선택된 자음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번갈아 가며 줄줄이 말하기

3. 주제 회전판 : 주제에 해당하는 단어를 줄줄이 말하기. 별은 주제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말하고, 빈칸에는 의논해서 새로운 주제를 적어 사용하기

4. 알파벳 회전판도 활용해 보세요.

 

회전판은 번갈아 가면서 돌리고, 회전판의 별이 나오면 회전판을 돌린 게임자가 원하는 자음이나 알파벳을 정하고 시작하면 됩니다. 유익한 시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