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창의력을 키워주고 싶다면 특별한 창의력 교재부터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블록을 만들다가 막혔을 때, 그림을 그릴 때, 보드게임에서 방법을 찾을 때 부모가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아이가 한 가지 답에서 멈추지 않고 다른 방법을 생각해볼 기회가 생깁니다.
창의력은 그림을 잘 그리거나 기발한 이야기를 잘 만드는 아이에게만 있는 능력도 아닙니다. OECD는 PISA 2022에서 창의적 사고를 다양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다른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개선하는 능력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창의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보다 일상적인 놀이에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고, 선택하고, 실패한 방법을 바꾸어보는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현실적입니다. 그 시작은 의외로 간단한 질문 하나일 수 있습니다.
창의력은 엉뚱한 생각을 많이 하는 능력만은 아닙니다.
창의력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모습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그림을 독특하게 그리거나 엉뚱한 이야기를 하면 "창의력이 좋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창의적 사고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OECD의 PISA 2022 창의적 사고 평가에서는 크게 세 가지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다양한 아이디어 만들기, 창의적인 아이디어 만들기,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개선하기입니다.
이 가운데 특히 부모가 주목해볼 만한 것이 다양한 아이디어 만들기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빈 상자를 하나 주고 물어봅니다.
"이걸로 뭘 만들 수 있을까?"
아이가 자동차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잘 생각했네." 하고 끝낼 수도 있지만 질문을 하나 더 해봅니다.
"자동차 말고 또 뭘 만들 수 있을까?"
이번에는 집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건?"
아이가 잠시 생각하다 로봇의 몸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자동차, 집, 로봇 가운데 어느 것이 가장 창의적인지를 부모가 평가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물건에서 서로 다른 가능성을 찾아봤다는 것입니다.
OECD 역시 서로 다른 여러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창의적 사고의 한 요소로 다룹니다.
창의력 놀이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입니다.

첫 번째 질문, “또 다른 방법은 없을까?”
제가 아이들과 놀이할 때 자주 사용하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다른 방법도 있을까?"
블록으로 다리를 만들었는데 자꾸 무너집니다.
아이는 같은 자리에 블록을 다시 올립니다.
또 무너집니다.
이때 어른에게는 해결 방법이 보일 수 있습니다.
"밑에 큰 블록을 놓아."
이렇게 알려주면 문제는 금방 해결됩니다.
하지만 급하지 않다면 잠시 기다려볼 수 있습니다.
"다른 방법도 있을까?"
아이가 블록을 더 가져올 수도 있고, 받침대를 넓힐 수도 있습니다. 블록 방향을 바꾸거나 아예 다른 모양의 다리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첫 번째 방법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방법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경험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보드게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말을 움직이려고 할 때 바로 좋은 위치를 알려주기보다 물어봅니다.
"갈 수 있는 곳이 여기밖에 없을까?"
다른 선택지를 찾아본 다음 그중 하나를 고르게 합니다.
이렇게 하면 부모가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넓혀주는 사람이 됩니다.
두 번째 질문, “만약 ○○라면 어떻게 할까?”
조건을 하나 바꾸는 질문도 놀이를 확장하기 좋습니다.
아이와 종이컵으로 탑을 만들었다고 해보겠습니다.
완성하고 끝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 하나를 추가합니다.
"종이컵을 5개만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떻게 만들까?"
조건이 달라졌습니다.
이번에는
"사람 키만큼 높게 만들려면?"
이라고 해볼 수도 있습니다.
역할놀이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식당놀이를 하고 있다면
"손님이 갑자기 열 명 오면 어떻게 하지?"
마트놀이라면
"손님이 돈을 집에 두고 왔다면 어떻게 할까?"
라고 상황을 바꿔봅니다.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아이가 생각한 해결 방법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면 됩니다.
이 질문의 재미는 부모도 답을 모를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아이에게 질문을 던져놓고 함께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질문, “이것을 다른 데 사용할 수 있을까?”
아이에게 익숙한 물건 하나를 골라봅니다.
종이컵도 좋고 빈 상자, 수건, 나무젓가락도 좋습니다.
그리고 원래 용도와 다른 방법을 찾아봅니다.
"종이컵으로 물 마시는 것 말고 뭘 할 수 있을까?"
탑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전화기처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작은 인형의 모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탁구공을 넣어 목표물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한두 가지를 말하고 끝낼 수 있습니다.
부모가 먼저 예를 하나 보여줘도 됩니다.
다만 부모가 열 가지를 모두 말해버리면 아이가 생각할 부분이 사라집니다.
한두 가지에서 막히면 기다려봅니다.
아이들과 활동하다 보면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물건을 만지작거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시간을 너무 빨리 채워주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돌려보고, 뒤집어보고, 다른 물건 위에 올려보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용법이 떠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네 번째 질문, “두 가지를 합치면 어떻게 될까?”
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것을 연결하는 놀이도 가능합니다.
블록과 자동차를 함께 줍니다.
"두 가지를 같이 사용해서 놀 수 있을까?"
아이는 블록으로 자동차 길을 만들 수도 있고 주차장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종이와 주사위를 함께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 둘로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
아이가 주사위를 굴린 숫자만큼 선을 그리는 게임을 만들 수도 있고, 숫자만큼 그림을 그리는 규칙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해보고 재미가 없으면 규칙을 바꿉니다.
"해보니까 너무 빨리 끝나네.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
이제 새로운 질문으로 넘어갑니다.
처음 아이디어를 내는 것뿐 아니라 해본 뒤 아이디어를 수정하는 과정 역시 창의적 사고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OECD의 창의적 사고 평가에서도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개선하는 능력을 별도의 과정으로 다룹니다.
다섯 번째 질문, “어디를 바꾸면 더 좋아질까?”
창의력 놀이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만드는 것만 창의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미 만든 것을 고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이가 블록으로 자동차를 만들었다고 해보겠습니다.
"더 멋지게 만들어봐."
라고 하면 아이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수 있습니다.
질문을 조금 구체적으로 바꿉니다.
"바퀴가 더 잘 굴러가게 하려면 어디를 바꾸면 좋을까?"
이제 아이가 살펴볼 부분이 생겼습니다.
그림이라면
"밤에 있는 장면처럼 바꾸려면 무엇을 더 그리면 좋을까?"
게임이라면
"동생도 할 수 있게 조금 쉽게 만들려면 어떤 규칙을 바꾸면 좋을까?"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결과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경험합니다.
만들기 → 해보기 → 불편한 점 찾기 → 바꾸기 → 다시 해보기.
이 과정 자체가 하나의 놀이가 됩니다.

여섯 번째 질문, “왜 그렇게 생각했어?”
아이의 결과보다 생각을 듣고 싶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질문입니다.
아이가 블록으로 이상해 보이는 구조물을 만들었습니다.
어른 눈에는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게 뭐야?"
라고 묻는 대신
"여기는 왜 이렇게 만들었어?"
라고 물어봅니다.
아이에게는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는 공룡이 들어오는 문이야."
라고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보드게임에서도 아이가 예상하지 못한 수를 둘 때가 있습니다.
바로
"거기는 안 좋은 자리야."
라고 평가하기 전에 물어봅니다.
"왜 거기에 놓았어?"
아이의 이유를 듣고 나면 단순한 실수였는지 나름대로 계획한 선택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아이가 모든 행동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이라고 대답하면 그것으로 끝내도 됩니다.
모든 놀이를 사고력 수업으로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일곱 번째 질문, “네가 규칙을 하나 바꾼다면?”
아이들이 익숙한 놀이에서 사용하기 좋은 질문입니다.
숨바꼭질, 윷놀이, 주사위 게임처럼 규칙을 이미 알고 있는 놀이를 선택합니다.
"규칙 하나만 바꿀 수 있다면 뭘 바꾸고 싶어?"
아이가 술래가 눈을 감는 시간을 바꿀 수도 있고, 주사위를 두 번 굴리는 규칙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한 판 해봅니다.
생각보다 재미있을 수도 있고 전혀 재미없을 수도 있습니다.
재미가 없다면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왜 재미가 없었을까?"
라고 물어봅니다.
그리고 다시 규칙을 수정합니다.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하다 보면 정해진 규칙대로 게임을 잘하는 아이와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창의적인 아이라고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해진 규칙을 이해하는 경험과 규칙을 바꾸어보는 경험은 서로 다른 활동입니다.
때로는 정확한 규칙대로 놀고, 때로는 새로운 규칙도 만들어보면 됩니다.

아이가 창의적인지 검사하기보다 이런 행동을 살펴보세요.
창의력 놀이를 하면서 부모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아이의 창의력 점수'가 아닙니다.
대신 놀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체적인 행동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놀이에서 보이는 행동 아이가 하는 생각 부모가 해볼 질문
여러 방법을 찾아봄 하나가 아닌 다른 가능성 탐색 "또 다른 방법은?"
조건을 바꿔봄 새로운 상황에 맞게 생각 "만약 ○○라면?"
물건을 다르게 사용함 익숙한 것의 새로운 용도 탐색 "다른 데 쓸 수 있을까?"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함 두 아이디어를 조합 "둘을 합치면?"
만든 것을 수정함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개선 "어디를 바꾸면 좋을까?"
선택한 이유를 설명함 자신의 생각을 표현 "왜 그렇게 생각했어?"
규칙을 만들어봄 기존 방법을 변형 "규칙 하나를 바꾼다면?"
이 표 역시 아이를 평가하기 위한 체크리스트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아이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아이는 블록에서 여러 방법을 시도하며, 또 다른 아이는 게임 규칙을 바꾸는 것을 좋아할 수 있습니다.
창의적인 생각이 나타나는 모습이 모두 같을 필요는 없습니다.
부모가 정답을 알고 있어도 조금 기다려보세요.
아이와 놀이하다 보면 어른에게 답이 먼저 보입니다.
퍼즐 조각을 어디에 넣어야 하는지 알고, 블록이 왜 무너지는지도 압니다. 보드게임에서는 아이보다 좋은 수가 먼저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알려주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위험하지 않고 아이가 스스로 시도해볼 수 있는 상황이라면 답을 알려주기 전에 잠깐 기다려볼 수 있습니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질문 하나만 하고 기다립니다.
아이가 첫 번째 방법을 시도합니다.
안 됩니다.
두 번째 방법을 찾아봅니다.
또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세 번째에는 전혀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창의적인 사고는 언제나 기발한 정답을 내놓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 아이디어를 만들어보고, 그중 가능한 것을 선택하고, 부족한 부분을 다시 고치는 과정도 포함됩니다. OECD 역시 창의적 사고를 다양한 아이디어의 생성뿐 아니라 평가와 개선까지 포함하는 과정으로 설명합니다.
그래서 오늘 아이와 놀이할 때 창의력을 키워줘야겠다고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평소라면 답을 알려줬을 순간에 질문 하나만 바꿔보세요.
"다른 방법도 있을까?"
아이가 바로 답하지 않는다면 조금 기다려주세요.
그 잠깐의 시간이 아이가 자신의 방법을 찾아보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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